일상생활

[09/04/03] 사콘느...

catsup 2009. 4. 3. 21:05
 비탈리의 '샤콘느'. 지상에서 가장 슬픈 곡. 이 곡에 대해 들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 글을 읽어봤을 것이다.
 
 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, 빛바랜 풍경 하나가 이 곡에 있다. 때는 봄이었고, 우리는 대학교 2학년생이었다. 하루종일 최루탄 연기를 잔뜩 맡은 우리는 카페 '에로이카'에 앉아서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. 무언가, 모든 대화나 시나 철학을 넘어, 다른 그 무엇을 통해 울어버리고 싶었다. 언어 이외의 것으로 말이다. 한 선배의 공책을 찢는 소리가 이 침묵을 깨트렸다.
 "뭐예요?" 한 친구가 조용히 물었다.
 "지상에서 가장 슬픈 곡…비탈리의 샤콘느." 그리고 그가 덧붙였다. "하이페츠…"
 우리는 말없이 담배를 한대씩 붙여 물었다. 오르간의 저음이 흘러나오고, 마침내 그 카랑카랑한 바이올린의 절규가 쏟아졌다. 그 날, 우리는 술한잔 걸치지 않은 맨정신으로, 말 한마디 없이 울 수 있었고, 그럼으로써 이 곡이 지상에서 가장 슬픈 곡이라는 것을 긍정한 셈이 되었다.
 
 하이패츠의 사콘느.. 다른 연주자들의 비교를 거부한다. 하이페츠를 능가할 비탈리의 샤콘느 연주는 나오지 않을것이다. 다만 변주가 있을 뿐이다.